서울중계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학원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종일반' '선행학습반'...하루 절반을 학원서
(수원=연합뉴스) 김채현 기자 = "부족한 공부를 방학때 따라잡아야 하니까요"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이 일부 학부모의 지나친 학구열과 학원 등의 방학 특별 프로그램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도 수원 율전초등학교에 다니는 최모(13)군.
지난달 23일 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게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엄마가 얼마전 수학 전문학원과 영어 회화학원 두 곳에 새롭게 등록했기 때문이다.
내년 중학교 입학 전 국영수 집중 수업과 선행 학습을 받기 위해서다.
최군은 방학 전에도 매일 3시간씩 전과목 보습학원에 다녔지만 학원 두곳이 추가되자 하루평균 6시간 이상을 학원에서 보내고 있다.
이웃 학교인 숙지초등학교에 다니는 김모(9)양도 사정은 마찬가지.
김양의 어머니는 아직 어린 딸이 방학을 맞자 '가만히 집에 냅둘 수 없다'고 판단, 수영과 그림, 무용학원에 등록했다.
이에 김양은 동네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보다 학원의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각종 예체능 수업을 받으며 한달 남짓한 방학을 보내고 있다.
김양 어머니는 "예체능은 어릴때 배워야 한다"며 "학기 중에는 보습학원 때문에 예체능수업을 받을 시간이 없으니 방학이 딱"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이같은 '극성'때문에 교육당국과 학원 등도 갖가지 방학 프로그램을 내놓아 학생들을 쥐어짜고 있는 실정이다.
용인의 A보습학원은 정규 수업 이외에 방학'종일반'을 편성, 학생들이 온종일 수업을 듣거나 자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남의 B수학학원과 C컴퓨터학원 등도 방학맞이 특별 경시대회 준비반과 자격증 취득반을 한달 완성 과정으로 각각 운영하는 등 대부분 학원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학원 관계자들은 "학생들이 비교적 많은 여유 시간을 갖는 방학때 한시적인 특별 프로그램을 많이 편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학기 중에는 교과 수업만으로도 벅차니 방학때 모자란 부분을 보충하려 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이는 학생 본인의 의사라기보다는 일부 학부모들의 욕심인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한 지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아이들이 안쓰럽다"면서도 "교육은 개인의 자유와 선택에 의한 것이므로 현행법상 시행되고 있는 '밤 10시 이후 수업 제재' 이외에는 '종일반'이나 방학 기숙학원 등에 대해 별다르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kch86@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